고용노동부의 산별노조 규약 시정명령은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과도한 행정개입이다.
고용노동부(의결요청기관 : 서울지방고용노동청)는 산별노조인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이하 ‘사무금융노조’라 함) 규약의 하부규정인 “조합원가입·탈퇴처리규정”에 명시된 ‘해당단위 총회를 통한 집단탈퇴 불가하며, 조합원 탈퇴절차는 지회장,지부장, 위원장 결재를 거쳐 탈퇴처리한다’란 문구가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5조 제1항(조합원 가입의 자유) 및 제16조 제1항 제8호(조직형태변경 총회 결의)를 위반하므로 규약 시정에 대한 의결요청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제기하였고, 2023. 4. 12. 서울지노위는 고용노동부의 의결요청을 그대로 인정하는 결정을 하였다.
먼저, 노조법 제5조 위반과 관련하여, 사무금융노조 규정에 의한 ‘해당단위 총회를 통한 집단탈퇴 불가’ 조항은 조합원이나 다수의 조합원들이 탈퇴하는 것을 막는 게 아니라 내부통제장치의 일환으로, 지부 총회(조직형태변경 결의)를 통하여 산하 지부가 집단적으로 탈퇴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입니다. 이는 지부 총회에서 일부 탈퇴를 반대하는 조합원의 의사를 무시하고 다수의 찬성에 의하여 집단적으로 노조를 탈퇴하는 것으로, 이것이 오히려 조합원의 탈퇴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조합 가입과 탈퇴의 자유는 개인 조합원의 권리이지 산별노조 산하 조직인 지부가 결정 주체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산별노조가 바로 단위노조이고 지부는 하부조직으로 독자적인 노동조합이 아니라는 근본적인 노조 조직 형태의 당연한 귀결입니다. 사무금융노조에 지부 단위로 가입을 하였다고 해서 지부 단위로 탈퇴를 허용한다면 산별노조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으로 노조의 조직형태는 노조 스스로가 정하는 것이고 그 조직 운영 또한 노조 총회(대의원회)를 통한 규약과 규정을 근거로 해서 자율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노조법 제16조 위반과 관련하여, 고용노동부는 노조 총회의 의결사항 중 ‘조직형태의 변경에 관한 사항’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하나, 이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노조 총회를 통하여 결의처분이 이루어져야 그 위반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으로, 만일 결의처분에 대한 위반 여지가 있다면 결의처분에 대한 시정명령으로 의결요청을 하고 시정명령을 내리면 될 사항인데도 노조의 규약을 시정하기 위하여 무소불위의 국가권력을 동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이전에도 해직 교원 조합원 자격 인정 규약에 대한 시정명령을 제기하였고 이에 따르지 않은 전국교직원노조를 법외노조로 통보하고, 노조 임원들을 기소한 적이 있습니다. 결국 법외노조 통보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20. 9. 3 선고 2016두32992 판결)에 의해 최종적으로 무효라고 판정되었고, 시정명령 위반에 대하여는 1심과 항소심에서 유죄가 선고되었으나, 상고심인 대법원 판결(2021. 12. 30. 선고 2017도15175 판결)은 결사의 자유에 관한 ILO 기본협약 비준을 계기로 노동조합법이 반성적으로 개정되어 해직 교원의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고 있음을 이유로 종전 시정명령의 정당성을 부인하고 최종적으로 면소 판결을 하였습니다.
결국 이번 서울지노위의 의결을 통하여 고용노동부가 규약 시정명령을 하면 이후 사법적으로 소송에서 다툴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산별노조가 건설된 지 수십 년이 지나도록 이에 대하여 아무런 문제 제기가 없다가 지금에 와서 전방위적으로 민주노총 가맹조직, 특히 산별노조에 대하여 지나칠 정도로 행정개입을 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