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상담원의 '뇌기저핵출혈'을 산업재해(업무상 질병)로 인정한 판결
콜센터 상담원 A는 통합관제센터(콜센터)에서 무인주차장을 이용하는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 무인주차 정산기 사용방법 안내, ▲ 주차요금 정산안내, ▲ 무인주차 A/S 접수 진행에 관한 전화상담 등의 업무를 수행해왔습니다. A가 이 회사에서 근무를 시작한 것은 2018. 2. 부터였지만, 그 이전에도 다른 회사에서 4년 넘게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한 경력이 있었습니다.2018. 9. A는 회사 인근 식당에서 식사하던 중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이후 뇌기저핵출혈(이하 ‘이 사건 질병’)을 진단 받았습니다. A는 이 사건 질병이 업무로 인해 발생하였다고 판단,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하였습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A의 요양급여 신청을 불승인하였고,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 역시도 A의 재심사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이에 A는 이 사건 질병이 업무상 질병이 아니라고 본 공단의 요양불승인결정이 위법하다고 판단,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1심 법원은 A의 청구를 받아들여 근로복지공단의 불승인이 위법하다고 보았으나(업무상 질병 인정), 2심 법원은 이 사건 상병과 A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워 근로복지공단의 불승인이 적법하다고 보았습니다(업무상 질병 불인정).
결국 해당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왔는데,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점을 근거로 이 사건 질병이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1심과 2심은 A가 콜센터 상담원으로 근무한 전체 기간(4년 9개월)이 아니라 이 사건 사업장에서 일한 근무기간(약 7개월) 및 그 직전인 2년 동안의 일반건강검진결과만을 주된 근거로 이 사건 질병의 업무상 질병 해당 여부를 판단하였음.
▲ A의 종전 사업장이 1개 업체의 업무를 주로 담당한 반면 이 사건 사업장은 약 600개의 가맹업체 무인주차장 관리 업무를 담당하여 이전보다 직무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높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A가 속한 석간조의 근무시간(14:00 ~ 23:00)은 무인주차장 이용자들의 주된 이용시간인 통상적인 퇴근시간과 야간 귀가시간을 포함하고 있으며 야간근로까지 일부 겸하고 있어 주간조나 야간조에 비해 업무 부담이 높았던 점, ▲ 매뉴얼에 따르면 악성 민원의 경우 상사인 팀장이나 부팀장에게 전화를 넘겨주어야 하지만, 실제로 이와 같이 조치할 경우 업무처리에 미숙하다는 평가를 받거나 업무이관으로 시간이 지체됨에 따라 동료 상담원의 업무가 가중될 것을 우려하여 상담원이 직접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던 점, ▲ A의 근로시간, 주거지와의 이동거리 · 통근 소요시간, 연령 · 성별 및 가족관계에 따른 역할에 비추어 원고의 실질적인 수면시간은 최대 6시간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A의 근무 강도와 이로 인한 육체적 · 정신적 스트레스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을 것으로 보임.
▲ A는 저녁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별도 휴게시간이 없었던 점, ▲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휴게시설이 마련되지도 않았던 점, ▲ A의 업무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69조 제5호 및 제6호에서 정한 ‘직무스트레스가 높은 작업’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많음에도 A의 건강을 고려한 적절한 업무 배치, 직무스트레스 요인 또는 건강문제에 대한 대비책 설명, 건강증진 프로그램 시행 등의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점 등은 A의 육체적 · 정신적 피로 및 스트레스는 적법한 근무환경에 비해 과도한 수준에 이르렀을 것임을 의미함.
A는 (이 사건 질병 발생 이후 시점에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고객응대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큰데, 고객응대근로자에 대한 법령 규정 및 제도적 장치와 이에 따른 사용자의 보호조치가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당한 기간 동안 고객응대근로를 제공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근로환경 역시 A의 근무 강도를 가중시킴은 물론 과도한 육체적 · 정신적 피로 및 스트레스 등에 노출되게 한 주요한 정황의 하나로 보임.
A가 담당한 콜센터 업무는 민원인으로부터 심한 항의와 욕설을 듣기도 하는 민원 업무로서 업무량을 떠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음. 이와 같은 업무 특성상 A는 다수의 무인주차장 이용자들과의 갈등 상황에 전면적으로 노출된 상태에서 민원인과의 다양한 분쟁을 지속적으로 처리하여야 했고, 업무처리 결과에 따라 자신은 물론 담당 업체에도 불이익 등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어 정신적 긴장이 큰 상태에서 근무를 할 수 밖에 없었음. 이는 필연적으로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신체적 건강은 물론 정신적 건강까지 침해할 수 있었음. 여기에 앞서 살펴본 다양한 요인이 결합하여 직무스트레스로 인하여 뇌혈관계질환 등의 신체적 장해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봄이 합리적임.
A는 종전 사업장에서부터 이 사건 사업장에 이르기까지 콜센터 상담 업무를 담당하던 중 고혈압 증상이 생긴 상태에서 이 사건 상병까지 발병하였으므로 A의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나 과도한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의 주된 발생원인인 고혈압과 겹쳐서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하였거나 촉진 ·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음.